Login

尹대통령 부부 예능 출연에 시끌···“정치농장” vs. “인간미 느껴졌다”

최인준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6-03 13:17

[아무튼, 주말] SBS ‘동물농장’ 출연 논란 1000만 반려 인구 겨냥?

“동물농장이 아니라 정치농장? 이럴 거면 차라리 폐지하라!”

일요일인 지난달 28일 SBS 예능 ‘TV 동물농장’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런 비난 글이 쇄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김건희 여사와 함께 반려동물을 데리고 방송에 나왔는데 적절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윤 대통령 출연 회차가 방송된 지 사흘이 지난 31일까지 600개가 넘는 항의성 게시물이 올라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SBS 예능 ‘동물농장’에 출연한 뒤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반려견들과 있는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SBS 예능 ‘동물농장’에 출연한 뒤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반려견들과 있는 모습. /대통령실

“일요일 아침에 밥상 엎을 뻔하긴 처음”이라며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부터 “동물농장 팬을 안티로 만들어 버리는 SBS” “일요일 아침 온 가족이 보는 힐링 프로에 정치색 나타내는 방송은 지양했으면 좋겠다”처럼 방송사를 저격하는 글이 많았다. 반대로 “대통령도 사람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온 게 잘못됐느냐” “인간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두둔하는 게시물도 있었다.

현 정권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이는 현직 대통령의 깜짝 예능 출연.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이런 역풍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해 4월 방송인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예능 ‘유퀴즈’에 출연했을 때도 비슷한 설화를 겪었다. 윤 대통령이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다시 예능에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1000만 반려동물 인구 票 노렸다?

본지 취재 결과 이번 방송 출연은 대통령실이 SBS에 먼저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1년 앞두고 여당 지지층 외연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00만 반려동물 인구의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TV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했다는 것. 동물을 주제로 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정치적 색채가 옅다고 판단했으리라는 게 정치 관계자들의 중론.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시각장애인 안내견 ‘새롬이’를 입앙해 반려동물이 11마리로 늘었다. 대통령 취임 전에는 키우는 개·고양이가 7마리였는데 지난 1년간 4마리를 가족으로 더 들인 것. 동물 입양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동물과 함께하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해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를 얻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지지층 여론을 더욱 공고히 하는 ‘강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예능 출연 이후 진보 진영 등 윤 대통령 반대층에서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 지지층을 얻는 동시에 기존 지지 세력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방송 출연에 대한 비난 목소리는 대부분 야당 강성 지지 세력의 ‘좌표 찍기’를 통해 나올 테니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 최근 풍산개 파양 논란을 일으킨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대비된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려 대통령실은 방송 직전까지 윤 대통령의 동물농장 출연 사실을 극비에 부쳤다. 동물농장 메인 진행자인 신동엽씨도 윤 대통령 출연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SBS는 본방에서 신씨 등 진행자들의 별도 코멘트 없이 사전 녹화한 촬영 영상만 내보냈다. 평소엔 스튜디오에서 동물 영상을 보며 출연진이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이번에는 생략한 것. 방송계 관계자는 “출연자들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녹화 영상만 따로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중 많은 수가 윤 대통령과 보수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2030 여성층이기 때문에 정권 입장에서 방송 출연이 매력적인 카드라 판단했을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를 좋아하는 골수 팬들을 더 결집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SBS 동물농장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지난달 28일 SBS 동물농장에 출연한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지지율 상승 자신감?

윤 대통령이 충분히 예상되는 비난 여론을 감수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데는 최근 지지율 상승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일 정상 외교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순방 효과’로 국정 수행 지지율이 석 달 만에 40%대를 회복하자 대외 행보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윤 대통령이 지지율 상승으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다만 취임 1주년인 5월 초에 기자회견을 건너뛰는 등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것은 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공개할 수 있는 TV 예능에 먼저 나온 점은 아쉽다”고 했다.

◇대통령과 예능

대통령의 예능 출연은 평가가 엇갈린다. 역대 대통령들은 현직 신분이거나 취임 직전 당선인, 유력 대선 후보 자격으로 예능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보 인사에게는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가 나온 반면, 보수 진영 정치인에 대해선 비판적인 여론이 많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토크쇼 ‘유퀴즈’에 출연한 당시엔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잡음이 많았다. 방송 제작 과정에서 인수위가 유퀴즈 제작진을 고압적으로 대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 보안을 이유로 녹화 직전까지 진행자에게 당선인의 출연 여부를 알리지 않았고, 촬영 당일 녹화장 주변을 커튼으로 가려 제작진 출입을 제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10년 KBS 토크쇼 ‘아침마당’에 김윤옥 여사와 함께 한복을 입고 출연했는데 방송 이후 ‘국정홍보마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TV 예능에 나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2003년 MBC ‘느낌표’에 출연한 노 전 대통령은 청소년 시절 키가 작아 외모 콤플랙스를 가졌던 일, 군 복무 시절 독서 경험 등 개인사를 풀었다. 당시 프로그램 시청률은 30%가 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 총재 시절 MBC ‘이경규가 간다’에 출연해 일산 자택을 공개했다. 방송 이후 민주화 투사가 아닌 소탈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무튼, 주말] SBS ‘동물농장’ 출연 논란 1000만 반려 인구 겨냥?
“동물농장이 아니라 정치농장? 이럴 거면 차라리 폐지하라!”일요일인 지난달 28일 SBS 예능 ‘TV 동물농장’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런 비난 글이 쇄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튼, 주말] 카톡 ‘조용히 나가기’ 도입, 단톡방에서 해방돼 보니
한국인 셋이 모이면 단톡방이 생긴다. 술잔 부딪치다 또 만나자며 만들고, 여행지에서 인연이 돼 만들고, 산후조리원 동기끼리 또 만들고.... 모두가 웃으며 들어가지만 나오기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감옥,...
다음달 北 7차 핵실험 위기 고조, 한국의 대응책은
“확실한 평화는 어드카면(어떻게 하면) 보장될까요.”(북한 내각총리)“북이 가진 핵의 절반을 (남한에) 주십시오. 그래야 ‘전쟁 나면 남북 모두 끝이다’라는 게 보장되지 않겠습니까.”(청와대 외교안보수석)지난 2017년 12월 개봉한 영화 ‘강철비’ 후반에...
[아무튼, 주말] ‘멸공 사태’ 기폭제 된 MZ세대 반공·반중운동
여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퍼진 신세계그룹 불매 운동 포스터(왼쪽)와 이에 맞선 2030세대 중심의 신세계 바이콧(구매 운동) 포스터(오른쪽). / 정용진 인스타그램, FM코리아2022년판 반공(反共) 이데올로기 전쟁이 시작된 걸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1